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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

2021년 3월 5일 사순 제2주간 금요일

복음 마태 21,33-43.45-46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33 “다른 비유를 들어 보아라.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34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그는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35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 
36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 37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38 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39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다. 40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41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4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43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45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이 비유들을 듣고서 자기들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을 알아차리고, 46 그분을 붙잡으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웠다. 군중이 예수님을 예언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 안에서는 전투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세균 전쟁입니다. 실제로 200종이 넘는 세균이 우리의 구강 내 공간에 서식하고 있다고 하지요. 양치하면 세균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입안이 깨끗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라지지 않고 많은 세균이 대부분 그대로 있습니다. 하지만 해를 끼치는 세균은 아주 미세하고 대다수는 일종의 ‘치안경찰’로서 잇몸과 치아 건강을 증진합니다. 만약 이 전투가 없다면 우리의 치아는 머지않아 몽땅 빠져버리고 말 것이라고 합니다. 

자기도 잘 모르지만, 제게 도움을 주는 세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균만 제게 도움을 주고 있을까요? 이 밖에도 내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십시오. 이제는 거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스마트폰을 직접 만들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이의 노력으로 만든 이 스마트폰으로 잘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서 가장 큰 힘은 주님의 도움입니다. 

숨을 쉬고 활동을 하고 잠을 자며 쉬는 것 모두가 주님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모든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감사의 마음을 갖지 못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은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입니다. 이 비유를 잘 보면, 포도밭 주인이 얼마나 자비로운지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소작인을 고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맡긴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우는 일은 원래 소작인의 몫입니다. 그런데 그 주인이 스스로 합니다. 이렇게 소작인들은 주인에게 큰 은혜를 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주인이 잘해주면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느냐면서 사람들의 비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포도밭을 가꾸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포도밭을 빼앗기 위해서 주인의 아들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참 못된 소작인들입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이 비유 말씀을 통해 묵상하게 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얻습니다. 그 모든 것이 주님께서 주신 커다란 도움이며 은혜입니다. 그런데 이 도움에 걸맞게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을까요? 오히려 주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말과 행동을 반복해서 짓고 있지 않나요? 

우리가 행하는 모든 악은 결국 하느님께 행하는 것이 됩니다. 참 못된 하느님 자녀의 모습으로 살아서는 안 됩니다. 못된 소작인이 아닌 착한 소작인의 모습으로 하느님 자녀답게 살아야 합니다. 

 

천 마디의 말은 하나의 행동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헨리크 입센).

제주 교구 순례지, 황사평 성지

 

우리가 써나가는 세 권의 책


사람은 누구나 평생 세 권의 책을 쓴다고 합니다.

제1권은 과거라는 이름의 책입니다. 이 책은 이미 집필이 완료돼 책장에 꽂혀있습니다.

제2권은 현재라는 이름의 책입니다. 이 책은 지금의 몸짓과 언어 하나하나가 그대로 기록됩니다.

제3권은 미래라는 이름의 책입니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은 어떤 책일까요? 제2권인 현재라는 이름의 책입니다. 아마 1권과 3권은 부록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를 얼마나 충실하게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이 생각납니다. 

‘과거는 시효가 지난 수표이고, 미래는 약속 어음일 뿐이다. 그러나 현재는 당장 사용이 가능한 현찰이다.’

현재라는 이름의 책을 멋지게 작성해야 합니다.

 

제주교구 순례지, 황사평 성지 순교자비. 제주도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성지 순례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