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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8일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건들구리 2020. 11. 8. 13:02

복음 마태 25,1-1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2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3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4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5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6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7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8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9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10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11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12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13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하긴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지 않기에 사랑을 더 많이 주려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계속해서 100점짜리 사랑을 전하려는 마음입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자녀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아빠가 있었습니다. 자녀를 위해 열심히 일했고, 집에 와서는 100점짜리 아빠가 되기 위해 늘 함께 놀아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허리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아이가 평소처럼 안아달라며 자신의 품으로 뛰어듭니다. 아이를 안는 순간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짜증이 나서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100점짜리 아빠에서 0점 아빠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은 말합니다. 100점짜리 육아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이런 육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조금 부족한 듯해도 꾸준한 70점짜리 육아가 아이의 정신 상태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최고의 사랑만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한 사랑입니다. 사랑을 주는 것도 욕심이 과하게 되면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70점짜리 사랑도 가짜는 아닙니다. 꾸준한 사랑으로 그 점수를 조금씩 높이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는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종종 “왕년에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냉담 중이시더군요. 왕년에 100점짜리 사랑의 활동이 지금 0점짜리 사랑의 활동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의 ‘열 처녀 비유’ 말씀은 최후의 심판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부활과 심판의 날에는 선행에서 아무리 부유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믿음과 행동에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을까 봐 두려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복음에 나오는 슬기로운 처녀가 어리석은 처녀에게 기름을 나누어 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주님께서 오신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늘 깨어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처녀는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면서도, ‘아직 멀었겠지’라는 생각으로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만 생각하고 앞날에 대비하지 않은 모습을 ‘어리석은 처녀’라는 호칭이 붙게 됩니다. 

하느님을 향한 단 한 번의 사랑이면 충분할까요? 아닙니다. 우리의 사랑은 절대 주님의 사랑처럼 완벽한 사랑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꾸준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주님을 맞이할 확실한 준비가 될 것이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모든 일을 해내는 것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베르길리우스). 

대전교구 순교사적지, 서짓골 성지. 

못 생길수록 추위 더 느껴!


몇 년 전, 인터넷에서 본 기사 제목입니다. 너무 인상 깊은 제목이라 적어놓았는데,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못 생길수록 추위를 더 느낄까요? 사실 뉴스에 나온 것처럼 편집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물론 합성이었고 또 근거도 없는 말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늘 어깨를 쫙 펴고 힘차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늘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요. 남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말입니다. 그 모습이 잘생겨 보일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잘 생기지 않더라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면 잘생긴 것으로 보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잘 생기고, 못 생기고는 시대에 따라 그 기준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항상 인정받았던 사람은, 열등감을 가지고 좌절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 있게 지금의 이 순간을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움츠러들고 숨으면 숨을수록 마음이 자꾸 추워질 것입니다. 오히려 세상에 나를 드러내 보십시오. 열정으로 인해 마음이 뜨거워질 것입니다. 

대전교구 순교사적지, 서짓골 성지 순교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