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
복음 마르 13,33-3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3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34 그것은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의 경우와 같다. 그는 집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자에게 할 일을 맡기고, 문지기에게는 깨어 있으라고 분부한다.
35 그러니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일지, 새벽일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36 주인이 갑자기 돌아와 너희가 잠자는 것을 보는 일이 없게 하여라. 37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신부(神父)는 되어가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지금은 주님 곁으로 가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말씀입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순간을 이루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착각하는 우리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요? 신부(神父)가 되었다고 모든 것을 다 완성한 것이 아니고, 또 결혼했다고 모든 것을 다 이룬 것도 아닙니다.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도 내 삶의 완성을 이룬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 안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이상 우리는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실망하고, 절망과 좌절 속에서 힘들어하는 것은 이 ‘되어가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망, 절망, 좌절도 ‘되어가는’ 과정 일부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기에 삶을 포기하려는 마음마저 갖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되어가는 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 희망이 보입니다. 지금의 부족한 신앙도 괜찮습니다. 되어가는 중이니까요. 지금 어렵고 힘든 일들도 괜찮습니다. 역시 되어가는 중이니까요….
되어가는 자신을 인정해야 되어가는 남도 인정할 수가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역시 희망이 있으며, 그래서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되어가는 것입니다.
오늘은 대림 제1주일입니다.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고 하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복음은 우리의 마지막 때에 대해 묵상하도록 합니다. 마지막 때에 다시 오실 주님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늘 깨어 있으라고 하십니다.
깨어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만약 절망과 좌절 속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은 절대로 깨어 있지 못합니다. 단순히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영혼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오늘의 말씀은 어떤 순간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깨어 있으라는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곧, ‘우리 모두는 되어가는 것’임을 인정하는 마음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예로부터 당신 이름은 ‘우리의 구원자’이십니다.”라고 말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위치는 구원자로서 우리를 구원받을 수 있는 존재로 되어갈 수 있도록 인도하신다는 것입니다. 이 인도하심에 적극적으로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때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성실하신 하느님을 통해 당신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거룩한 친교를 맺게 될 것입니다.
나는 길을 찾을 것이다. 없다면 만들 것이다. Aut inveniam viam aut faciam.(라틴어 속담).
인천교구 성지, 진무영 순교 성지
감사하는 생활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점심을 먹기 위해 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안에서 음식을 나르던 소년이 셰익스피어를 보면서 계속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너는 무엇이 그렇게 좋아서 웃느냐고 묻자, “이 식당에서 음식 나르게 된 것이 감사해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셰익스피어 같은 귀한 분을 대접할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하다는 것이었지요.
사실 그렇게 감사할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늘 감사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감사에 대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기쁜 일이 있어도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둘째, 기쁜 일 있을 때만 감사하는 사람,
셋째, 역경 중에서도 여전히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생각해 보면 감사할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문제는 감사할 마음을 가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감사할 조건에서도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때의 삶은 무미건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는 절대로 마음에만 담아두지 말고, 반드시 겉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표현될 때 비로소 기쁨과 행복이 함께 할 것입니다.
인천교구 성지, 진무영 순교 성지가 있는 강화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