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다킹 신부

2020년 10월 7일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건들구리 2020. 10. 7. 10:35

복음 루카 11,1-4

1 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그분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3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4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제 컴퓨터는 그 어떤 컴퓨터보다 좋은 컴퓨터라고 자부합니다. 물론 더 높은 사양의 컴퓨터도 많겠지만, 제가 쓰기에 약간 과분할 정도의 사양으로 조립했고 그래서 이 컴퓨터를 현재 4년 넘게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조금씩 문제가 보입니다. 느린 것도 아니고, 그래픽 작업이나 동영상 작업을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워드 작업을 할 때 자판기 입력이 잘 안 되고, 마우스 클릭이 잘 안 되는 것입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문제인가 싶어서 다른 것으로 교체해보았지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4년 넘게 써서 이제 수명이 다 된 것일까요? 

어떤 프로그램에서 충돌을 일으킨다는 것을, 하나하나 프로그램 점검을 하던 중에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지우고 나니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상의 작은 문제가 컴퓨터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만약 프로그램 하나의 문제로 컴퓨터를 바꿨다면 얼마나 큰 낭비입니까? 

자기 자신 전체를 부정하는 분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자신을 실패작이라고 표현하면서, 아무런 능력이 없다며 절망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하십니다. 프로그램 하나만 고치면 충분할 것을 컴퓨터 전체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따라서 전체를 바꿀 것이 아니라, 어느 한 부분의 문제만 바꾸면 충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분명 우리를 완벽하게 만드셨습니다. 이 점을 기억하면서 힘을 내어 지금의 작은 문제들을 극복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십니다. 특히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가르치심으로써 제자들이 기도를 통해 당신과 하느님의 관계와 똑같은 관계에 들게 해주셨습니다. 이는 특권이자 책임입니다. 제자들은 하느님의 아들로 말미암아 자신들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아버지께 드리는 모든 기도는 언제나 아들을 통해서 바쳐짐을 깨닫게 됩니다.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기도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더 가까운 분으로, 하느님의 힘을 받아서 지금 삶을 더욱 힘차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기도의 말미는 용서에 대해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의 모든 죄를 탕감해 주시는 하느님을 닮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죄를 용서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죄를 용서하심으로써 우리를 위해 일하셨듯이, 우리도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닮아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으며, 이 안에서 더 큰 기쁨과 행복의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충분한 시간이 있다. 단, 우리가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나아지는 경우에(엘링 카게). 

서울대교구 성지, 새남터 순교성지 대성당입니다. 

글이 잘 써질 때.


어제는 글을 쓰는데 도무지 써지질 않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언제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것이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언제 글이 잘 안 써질까요? 

생각이 너무 많은 날, 할 말이 너무 많은 날,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은 날, 바쁜 날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꼽은 날들을 생각해보니 모든 날을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즉,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이 아니라, 잘 써지는 날이 언제인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위에 말했던 날이 또 글이 잘 써지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날이 글이 잘 써지는 날인 것입니다.

내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했습니다. 

서울대교구 성지, 새남터 순교성지 피에타상.